최근 대한민국을 강타한 두 가지 소식은 AI 시대의 한국이 가진 모순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나는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로 드러난 공공 인프라의 낙후된 안전 관리 실태이며, 다른 하나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금메달급 성적을 거둔 해외 AI의 비약적인 지능화 기술이다. 'AI 강국'을 외치는 구호와 달리, 정작 국민 생활과 직결된 국가 시스템에는 AI 기반 안전망이 부재한 이중적 현실이 드러났다.

지난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우리나라 행정 전산망을 사실상 마비시켰다. 이 사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AI 기반 조기경보 체계의 부재가 지목된다. 화재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무정전 전원장치(UPS)의 리튬이온 배터리 문제는 이미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먹통' 사태를 통해 학습된 재난 유형이었다.

당시 민간 기업인 카카오는 사고 이후 AI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중화 투자를 확대했다. 하지만 정부 전산망은 경직된 예산 편성 및 조달 절차 탓에 민간의 교훈을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가 핵심 인프라인 정부 시스템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클라우드 기업과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운영 중인 AI 기반 이상 탐지 및 운영 자동화(AIOps) 시스템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세계적으로 AI가 온도, 전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재난 발생 '속도'를 늦추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핵심 보조 장치가 되고 있지만, 한국의 공공 인프라는 여전히 수동 관리 체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인프라가 재난 예측 기술에서 뒤처진 사이, 세계 AI 기술은 인간 지성의 영역을 빠르게 침범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AI 모델은 IMO 기출문제에서 42점 만점에 35점을 기록하며 금메달 수준의 성적을 달성했다.

IMO는 단순한 계산 능력이 아닌, 고도의 창의력과 깊은 추론을 요구한다. 이번 성과의 핵심은 AI가 '심층 추론(Deep Think)' 모드를 통해 사람처럼 문제를 이해하고, 보조 정리 설정, 논리 전개, 그리고 자연어로 답안을 서술하는 인간 수학자와 유사한 사고 과정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IMO 공식 채점자들로부터도 '정확하고 명확하며 풀이 전개를 따라가기 쉬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AI가 '정답만 뱉어내는 기계'를 넘어 고차원적 사고가 가능한 존재로 진화했음을 증명한다.

경쟁사 오픈AI도 유사한 성과를 발표하는 등, AI의 지능화 수준은 이미 교육, 연구 등 지적 활동 분야에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해외는 AI를 통해 난제를 해결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한국은 아직 AI를 활용해 국가 인프라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극명한 대비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