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사무실 시세요? 시세가 없어요

백승일 기자 승인 2024.06.26 08:56 의견 0

삼성전자가 위치해 대한민국 실로콘밸리의 중심지로 손꼽히는 동탄신도시의 사무실이 공급과잉으로 인해 처참하게 몰락하고 있다.

화성시 영천동 인근에 위치한 동탄 지식산업센터는 동탄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건설이 시작됐다. 삼성전자와는 차로 불과 5분거리이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협력사 및 반도체 R&D 사업을 추진할 최적의 배후단지로 각광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서울까지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GTX와 동탄에서 용인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실리콘밸리 계획이 발표되면서 동탄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 제 2의 판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현재 그러한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버린 모양새다.

현재 네이버 부동산에 영천동의 사무실 임대, 단기임대를 검색해보면 매물이 1,200여개에 달한다. 그만큼 수요가 없다는 것. 실제 찾아간 영천동의 지식산업센터의 첫 인상은 압도적인 규모와 새로운 오피스의 집합체였다.

하지만, 빚 좋은 개살구라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식당과 카페등이 즐비해야 할 1층에는 공실이 더 많았으며 그나마 있는 식당에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의 채 절반이 차 있지 않을 정도였다.

인근 공인중개사에게 사무실의 시세를 물어보자 “시세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매수자가 나오면 손해를 보고서라도 무조건 팔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라며, “임대를 내놓아도 나가지 않고 초반 100만원까지 받던 월세가 현재는 대출 이자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동탄신도시의 지식산업센터는 화려한 백조에서 미운오리가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공급과잉이다. 지식정보센터는 우수한 인재가 몰릴 수 있는 지역적 환경을 가지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지만 동탄은 서울에서의 거리, 문화적 인프라가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기에는 매력적이지는 않다. 그러한 상황에서 사무실만 많이 지어 놓으니 공실이 날 수밖에 없다.

둘째는 교통 인프라의 부족이다. 서울에서 동탄을 가기 위해서는 강남에서 버스를 타거나 자동차로 경부고속도로를 달려야 한다. GTX-A노선이 개통되면서 서울에서 다니기 편해졌다고는 하지만 현재 인구가 밀집한 서울 도심은 통과하지 않은 채 수서까지만 운행되기 GTX를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힘들고 번거로울 뿐이다.

하지만, 아직 비관하기에는 이르다.

먼저, GTX-A노선이 완전 개통되면 삼성동에서 동탄까지 채 30분이 걸리지 않아 서울도심의 인구를 통탄까지 실어나를 수 있는 교통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삼성전자와 용인반도체 클러스터의 배후 단지로 훌륭한 입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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