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고관세 부과 조치와 중국의 반도체 굴기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은 심각한 외풍에 직면했다. 하지만 국내 주요 기업들은 기술 고도화와 신시장 개척으로 대응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산 반도체에 대한 수입 관세를 최고 50%까지 부과하는 강수를 두었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곧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경쟁력을 위협할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하반기 메모리 반등에 기대를 걸고 있었던 만큼, 시장 전망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SMIC(중국반도체제조국)는 3나노 공정 파일럿 라인을 구축 중이며, 장비 국산화 비율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특정 분야에서 한국을 기술적으로 추월하는 데 1~2년밖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 반도체 업계는 시스템 반도체 및 AI 반도체로 방향을 전환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AI 연산칩 ‘엑사원’을 발표하며 고성능 컴퓨팅 시장 진출을 선언했고,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최적화 HBM4 양산 로드맵을 공개했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퓨리오사AI는 대형 클라우드 업체와 협업을 확대 중이며, 리벨리온은 데이터센터용 맞춤형 칩 개발을 마무리했다. 업계는 “AI 반도체는 단순한 반도체 기술이 아닌, 플랫폼 생태계 경쟁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정부 또한 반도체 특별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R&D 세액공제 확대와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는 국방, 에너지, 의료 등 모든 산업의 뿌리”라며 “중장기 산업 전략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지금이야말로 기술 중심의 도약이 필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의 반도체가 다시 한 번 글로벌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