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AI 기술 주도권을 두고 정면 격돌하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기술 자립과 산업 고도화를 위한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스탠퍼드대가 발표한 ‘2025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작년 한 해 동안 40개 이상의 주요 대형언어모델(LLM)을 출시하며 여전히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도 만만치 않다. 바이두, 알리바바 등 중국의 대표 IT 기업들은 추론 능력과 멀티모달 처리 기능을 강화한 신형 모델을 속속 공개하며 빠른 추격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가 최근 발표한 ‘Qwen 3’ 시리즈는 기존 모델보다 한층 향상된 다단계 추론 기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두 역시 문맥 이해력을 강화한 대화형 AI를 통해 비즈니스 활용도를 높이고 있으며, SMIC와 화웨이 등은 AI 반도체 자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기술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하드웨어 및 반도체, 데이터 인프라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AI 칩 설계 기업에 대한 투자와 동시에, 자국 클라우드 기업의 AI 학습 자원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대규모 보조금과 정부 주도 연구개발로 미국의 기술 봉쇄를 정면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이 같은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기술 고도화’와 ‘산업 생태계 다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AI 칩 ‘엑사원(Exaone)’을 기반으로 AI 연산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으며, SK하이닉스도 초고속 메모리 HBM4의 개발 로드맵을 조기 공개했다.

또한 AI 스타트업들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퓨리오사AI와 리벨리온은 각각 서버용 AI 칩셋과 생성형 AI 최적화 기술을 개발하며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부 역시 지난 3월 발표한 ‘AI 국가전략 2.0’을 통해 반도체, 바이오, 모빌리티 등과 연계한 융합 산업 중심의 육성책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AI 패권 경쟁은 단기간 내 승패가 결정되지 않을 장기전”이라며, “한국은 특정 분야의 선도 기술 확보와 함께, 인재 확보, 표준 선점 등 다층적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