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휴머노이드 산업을 차세대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지원책과 대기업·스타트업의 기술 상용화 노력이 맞물리며, 2030년까지 글로벌 상위권 진입을 목표로 산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삼성, 현대, 두산 등 주요 대기업을 비롯해 KAIST, 서울대, 포스텍 등 주요 연구기관과 로봇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K‑휴머노이드 연합’을 출범시켰다. 정부는 이를 통해 설계부터 핵심 부품, AI 소프트웨어, 실증 환경까지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연내 약 1조 원 규모의 투자 패키지가 가동될 예정이며, 2025년 이후에는 민간 투자가 더해져 총 1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은 현재 약 2조 4천억 원 규모에서 2035년에는 50조 원 수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20% 이상의 고속 성장세가 예측되는 가운데, 한국은 부품 국산화, AI 융합 기술 확보, 실증 플랫폼 구축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KAIST 기반의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최근 양팔형 자율 이동 로봇 ‘RB-Y1’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이 로봇은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 기능을 갖추고 있어 향후 물류, 서비스, 제조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와의 전략적 협력도 강화되고 있어 글로벌 확장성에도 기대가 모인다.
한편, 시장 확대에 걸맞은 기술적·제도적 대응 과제도 만만치 않다. 완전 자율제어 기술, 저비용 대량생산, 안전기준 마련, AI 모델 국산화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부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는 기술 자립에 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휴머노이드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 기술개발을 넘어 ‘산업화와 생태계 완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장기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민간의 혁신 역량과 자본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비로소 세계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휴머노이드 산업은 이제 기술 실증 단계를 지나 상용화 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향후 5년은 이 산업이 단순 로봇 제조를 넘어, 인공지능과 융합된 인간 협업형 미래 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산업계의 발빠른 대응이 글로벌 판도 변화 속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