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문화유산에 적용하는 노력을 펼치며 향후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문화유산에 한국의 디지털 정보통신기술(ICT) 표준기술이 확산될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AI 시대를 맞아 문화유산 디지털 분야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자 2020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중앙대학교, ㈜리스트, 문화유산기술연구소와 협력해 디지털 표준화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3년 기준 관람객 수 세계 6위, 아시아 1위를 기록한 세계적인 박물관이다. 박물관의 문화자원에 대한 ETRI의 기술 개발 노력은 문화와 기술의 공존과 지속을 목표로 이어지고 있다.

ETRI의 기술 개발은 총 3단계로 추진되며, 현재 2단계 연구가 진행 중이다. 2020년부터 3년간 진행된 1단계는 ‘지능형 큐레이션 기반 마련’ 단계로, 박물관의 디지털 데이터를 지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큐레이션 플랫폼과 운영 기술을 개발했다. 고품질의 반가사유상 애셋을 기반으로 저시력자를 위한 ‘공간 오감’ 전시, 인천공항 미디어월(27m 규모) 구축, ‘뮷즈 열풍’을 이끈 미니어처 반가사유상 등 다양한 활용 사례가 나왔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진행되는 2단계는 ‘디지털 표준 가이드라인 발표’와 ‘지능형 문화유산 공유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한다. 대표 성과로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유산기술연구소와 함께 『문화유산 디지털 애셋 표준 가이드라인 2024』를 발표했다. 또한, 연내 제정을 목표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협력해 「문화유산 디지털 데이터 생성 품질 유지를 위한 표준화」 작업에 참여하여 고품질 디지털 데이터의 체계적인 관리와 활용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향후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표준 추진으로 박물관 디지털 문화유산의 국제적 활용성과 호환성을 향상하고 케이-콘텐츠 및 디지털 산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2026년부터 추진하는 마지막 3단계는 ‘유럽 확산 및 국제 표준 연계’ 단계이다. 앞서 개발한 기술을 유럽 주요 박물관과 문화유산에 적용해 글로벌 디지털 표준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지에서 확보된 유럽 문화유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콘텐츠를 제작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더불어 유럽연합(EU) Horizon 프로젝트 제안을 병행하고 있으며, 해당 과제가 채택되면 국제 이미지 상호운용 프레임워크(IIIF), 유로피아나 데이터 모델(EDM) 등 국제 표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해 상호운용성과 공동 활용성을 높일 계획이다.

ETRI는 현재 디지털 문화유산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AI 기반 핵심 기술 개발도 함께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는 이미지·텍스트·3D 데이터를 통합해 활용할 수 있는 멀티모달 콘텐츠 기반을 구축하고 AI 학습용 메타데이터 자동 생성 기술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문화재 데이터베이스 모델링, 전통 문화유산 자동 디지털 변환 기술, 초고해상도 디지털 자산 표준화, AI 기반 품질 개선 기술, 텍스트 마이닝 기반 지식 관계망 생성, 데이터 페브릭(Data Fabric) 기반 시각화 기술 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축적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개발 결과물은 박물관뿐만 아니라 디지털 애셋을 생산하는 미술관, 도서관 등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으며, 현재 도서관과의 기술이전을 계획 중이다. ETRI와 국립중앙박물관은 다년간 이어온 연구개발의 통합 플랫폼 및 주요 성과를 오는 9월 4일부터 나흘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2025년 박물관·미술관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한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은 문화와 기술의 공존과 지속을 목표로 기술 분야 융합의 성과를 꾸준히 축적했다. 앞으로도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데이터 표준화를 선도하며 케이-뮤지엄의 미래를 향해 한발 앞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ETRI 콘텐츠융합연구실 박사는 “문화유산 디지털 분야에서 기술 표준을 선도하고 글로벌 확산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출연연으로서의 공공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문화·AI 융합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의 전략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 성과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유산 디지털 표준 선도를 위한 지능형 헤리티지 공유 플랫폼 기술개발” 과제로 연구개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