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의 캐즘과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배터리 산업이 기술력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배터리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며, K-배터리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청신호가 켜졌다.
경북대학교 이원태 교수 연구팀은 성균관대, LG화학과 함께 배터리 소재의 구조 안정성에 '원자의 무게'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하이니켈 양극재에 질량이 다른 두 원소, 니오븀(Nb)과 탄탈륨(Ta)을 첨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질량이 무거운 탄탈륨(Ta)을 첨가했을 때 배터리 구조가 더 단단해지고 화재 위험을 높이는 산소 방출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무거운 원소가 원자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억제해 소재의 안정성을 높이는 원리다.
이번 연구는 배터리 설계에 '원자의 무게'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하이니켈 양극재는 높은 에너지 밀도로 각광받고 있지만, 고온과 고전압 환경에서 구조가 쉽게 붕괴되어 수명이 짧고 화재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배터리의 안전성과 수명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중요한 기술적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터리 업계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K-배터리는 이번 연구와 같은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며 시장 주도권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연구진의 끊임없는 도전이 K-배터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