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핵심소재 기업 엔켐이 글로벌 배터리 제조 1위 기업인 CATL과 대규모 전해액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엔켐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5년간 총 35만톤 규모의 전해액을 CATL에 공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계약서 날인은 24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글로벌 전기차(EV) 배터리 시장 점유율 약 38%를 차지하는 CATL의 중국 내 물량을 대상으로 한다. 공급 기간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다. 연평균 7만톤씩 총 35만톤을 공급하는 조건이다.
계약 규모는 현 시세 기준 약 1조 5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4년 엔켐 연결 매출의 4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연평균 공급량 7만톤 역시 지난해 엔켐의 전체 전해액 공급량인 5만톤을 크게 웃돈다. 단일 고객사 기준으로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를 한국 배터리 소재 산업의 이정표로 평가한다. 중국이 전 세계 배터리 소재 및 원재료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이 중국 최대 배터리사와 대규모 장기 계약을 맺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한국 소재 기업의 기술력과 품질이 중국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CATL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핵심 기업이다. 이번 계약은 CATL이 엔켐의 전해액 기술력과 대량 생산 역량을 종합 평가한 결과다. 엔켐은 이를 발판 삼아 유럽, 미국, 동남아 등 CATL의 글로벌 신규 거점으로 추가 공급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엔켐은 현재 북미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며 유럽에서도 주요 전지사와의 파트너십을 넓히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상위 20개 기업 중 6개사에 제품을 공급하며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엔켐은 2030년까지 글로벌 전해액 시장 점유율 1위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계약에 따른 매출은 엔켐의 한국 및 해외법인에서 발생하는 연결 기준 매출로 인식된다. 이에 따라 본사 별도 매출을 기준으로 하는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음을 관계당국 협의를 통해 확인했다. 전해액 공급이 본격화되는 2026년 2분기 이후부터 연평균 3천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다.
엔켐은 북미와 유럽 중심의 생산능력 확충과 고사양 기술 고도화를 지속한다. 미국, 중국, 유럽에 구축한 생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안정적인 성장 구조를 구축할 방침이다.
엔켐 관계자는 이번 계약이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으로부터 기술력과 글로벌 생산 역량을 공식 인정받은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CATL과의 전략적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추가 공급 기회를 모색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