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뇌피셜]오세훈은 사실 대통령이 되고 싶다
서울시장은 그저 거들 뿐
김재헌 기자
승인
2021.04.08 10:39
의견
0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당선했다. LH사태와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이미 판이 넘어간 선거였다. 그러한 판에 그간 숨죽이던 보수 야권과 대다수의 기득권 언론, 포탈 등이 한 마음인 듯 정권심판론을 외쳐댄 결과 모두가 예상한대로 오 후보가 손쉽게 승리했다.
선거기간 동안 오세훈 후보는 지난 10년 간의 불운이 한 번에 행운으로 온 듯 보인다. 다소 열세로 보였던 당내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를 쉽게 제쳤고 이어진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도 초반 지지율 열세를 딛고 안철수 후보를 꺾었다. 거기에 선거 한 달여 전 LH사태까지 터지며 본선도 어렵지 않게 이겨낼 수 있었다. 사실, 운이 좋았다.
여기서 오세훈 후보의 출마기자회견으로 돌아가 보자. 그는 지난 1월 출마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후보가 당으로 들어와 단일화 혹은 합당을 해주시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출마할 수 밖에 없다”고 이른바 ‘조건부 출마’를 선언해 정가의 비웃음을 샀다.
그는 왜 ‘조건부 출마’를 했을까? 추론컨데 당시 그는 시장직 단일화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 즉 양보의 스탠스를 취하며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대선 주자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꿈을 꾼 것으로 판단한다. 그의 머리 속에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오직 ‘대통령’밖에 없다.
10년 전 그는 그가 지금 몇 달 동안 그리도 되고 싶다던 서울특별시의 무려 재선 시장이었다. 당시 그는 아이들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서울시장 직을 걸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다시 하려는 이유가 뭘까?
왜 당시에는 시장직을 걸었을까? 모든 의문은 그의 머리 속의 단어 ‘대통령’을 떠올리면 해결된다. 오세훈은 이명박 모델을 꿈꿨다고 봐야 한다. 이명박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며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MB의 브랜드 ‘청계천’으로 대선 주자가 되고 기어코 대통령까지 된 것. 오세훈도 그 길을 가려고 했다.
그는 당시 5년 간의 시장 재임 동안 청계천 같은 본인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디자인서울’, ‘DDP’, ‘세빛둥둥섬’ 등이다. 그리고 결국 2010년 지방선거의 키워드이자 대세였던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나선다. 사실 그는 무상급식 때문에 직을 건 것이 아니다. 바로 이어지는 2012년 대선 때문이었다. 그가 되고자 한 것은 ‘보수의 아이콘’ 이었다. 보수의 아이콘이 되어 MB처럼 대통령이 되겠다는 계획이었고 실패했다.
10년이 지났지만 그는 전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무상급식은 일반인의 상식이 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반성하거나 본인이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일반인들은 MB의 모델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오세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머리 속은 10년 전과 같이 온통 ‘대통령’뿐이다.
우리 모두를 부자로 만들어 줄 것 같던 이명박처럼, 그의 당선 기대감으로 서울 집값은 다시 들썩인다. 사기는 욕망과 찰떡궁합이고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남들보다 부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오세훈은 더 없이 좋은 대안이다.
그런데 말이다. 서울 시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오세훈은 서울시장에 관심 없다. 당신들의 이익을 위해 싸워 줄 사람이 아니다. 본인의 이익과 시민의 이익이 충돌한다면 반드시 사익을 추구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MB를 겪으며 느꼈던 후회와 성찰을 기억하라.
저작권자 ⓒ 뉴코노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