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표 로봇 제조사 유니트리(Unitree Robotics)가 본격적인 IPO(기업공개) 준비에 착수하며 로봇 산업 내 존재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유니트리는 최근 법인 형태를 유한책임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하며, 상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자본 시장 진출과 동시에 고도화된 로봇 기술을 무기로 삼아 ‘기술 자립’ 전략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유니트리는 2016년 창업 이래 사족보행 로봇과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를 중심으로 제품군을 확대해왔다. ‘Go1’, ‘AlienGo’, ‘B1’ 등 기민한 움직임과 자율제어 기능을 갖춘 사족보행 로봇 라인업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G1, H1으로 이어지는 인간형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2024년 하반기 공개된 ‘H1’은 키 180cm, 속도 초당 3.3m를 구현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휴머노이드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기술 경쟁력의 핵심은 유니트리의 ‘수직통합’ 구조다. 유니트리는 전체 로봇 구성 부품 중 약 80%를 자체 개발한다. 모터, 감속기, 제어 보드, 센서, 프레임까지 내재화된 기술 역량은 외부 기술 의존도를 낮추고 원가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AI 기반 제어 알고리즘과 모방 학습을 접목해, 단순한 자동화 장비를 넘어 복잡한 환경 인식과 유연한 동작 제어가 가능한 차세대 로봇을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니트리는 최근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약 80억 위안(한화 약 1조5천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이미 시리즈 A·B 투자 단계에서 글로벌 벤처캐피털, 중국 정부 계열 펀드, 산업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한 바 있으며, IPO는 그 연장선상에서 추진되고 있다. 유니트리는 현재 홍콩 또는 상하이 과학기술 창업판(科创板) 상장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트리의 IPO는 단순한 자금 조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중국 정부는 AI, 반도체, 로봇 등 전략기술을 중심으로 ‘기술 주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유니트리는 이러한 정책 기조 속에서 상징적인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고기능 로봇은 차세대 제조업, 국방, 물류, 재난 대응 등 핵심 인프라에 직접 연결되는 분야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역시 유니트리의 상장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IPO 이후 확보될 자금은 연구개발 고도화, 글로벌 시장 확대, 로봇 운영체제(OS) 구축 등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유니트리는 CES 2025에서 자사 G1, H1 로봇을 통해 인간과 유사한 동작 수행, 춤, 무술 시연 등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해외 기술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 산업계에 던지는 시사점도 크다. 현재 한국의 로봇 산업은 제조·설치 중심의 OEM 구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로봇 시스템의 핵심 기술인 제어 소프트웨어와 핵심 부품은 여전히 해외 기술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반면 유니트리는 초기부터 시스템·제어·구조 설계까지 풀스택(full stack) 내재화를 추구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유니트리의 상장은 아시아 로봇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7년까지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약 1,6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며, 이 중 인간형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도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니트리는 이 흐름에 발맞춰 산업용, 민간용 모두를 아우르는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유니트리가 상장에 성공할 경우, 기술 기반 유니콘 기업의 모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또 상장 이후에는 보다 적극적인 기술 인수합병(M&A), 인재 확보, 글로벌 사업 확대에 나설 수 있어, 글로벌 로봇 산업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유니트리의 IPO는 중국이 주도하는 로봇 산업의 자립화 흐름과 궤를 같이하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술 강국들이 미래 제조 패러다임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