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민간 기업의 기술 혁신이 맞물리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의 휴머노이드 시장은 2025년 약 3억 달러(약 4000억 원) 규모에서 2030년까지 34억 달러(약 4조7000억 원)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로봇 보급 대수도 2만 5000여 대에서 수억 대 규모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급속한 성장은 중앙정부의 명확한 산업 육성 의지와 지방정부의 실용적 접근이 기반이 됐다. 대표적으로 우한시는 휴머노이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1,9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고, 기술 실증과 생산 설비 구축을 지원 중이다. 중국은 이미 14차, 15차 5개년 계획에 휴머노이드 산업을 포함시켰으며, 2027년까지 완성형 산업 체계를 갖춘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 측면에서도 가파른 발전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 유니트리(Unitree)는 사람 형태의 로봇 ‘H1’을 공개하며 상용화 준비에 들어갔고, 칭화대와 협력한 ‘칭룽(Qinglong)’ 로봇은 오픈소스로 개발돼 생태계 확대 가능성을 높였다. 일부 모델은 식당, 공장, 물류창고, 병원 등 다양한 현장에서 이미 시범 도입되어 실사용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단순 로봇 제조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센서, 구동기 등 핵심 부품부터 제어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밸류체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휴머노이드 관련 부품 기업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으며, 가격경쟁력 또한 타국 대비 우위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휴머노이드 산업을 ‘제조 AI의 최종 진화 형태’로 보고, 단순 자동화에서 인간 협업형 로봇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AI 기술과 결합한 휴머노이드가 노동력 부족, 고령화 사회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코히어런트 마켓 인사이트는 2031년 글로벌 시장 규모가 460억 달러를 돌파하고, 일부 시나리오에서는 2035년 1조 달러를 상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중국은 ‘기술+정책+인프라’ 3박자를 모두 갖춘 국가로, 향후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본격적인 휴머노이드 산업 진출은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글로벌 제조·서비스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기술 강국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