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대표 지수인 코스피(KOSPI)가 3년 5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 외국인 자금 유입, 새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시그널이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된 결과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3000.46포인트를 기록하며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3,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코스피가 장중 3,000선을 넘어선 것은 2022년 1월 이후 약 41개월 만이다. 이후 지수는 소폭 조정을 받았지만, 3,000선 근처에서 상승 흐름을 유지하며 종가 기준 돌파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번 반등은 단기 기술적 회복이 아닌, 정책 모멘텀과 펀더멘털 개선이 동반된 흐름이라는 데 시장의 해석이 집중된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새 정부 출범 이후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감이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한국형 나스닥’ 구축, 주주권 강화, 상장 규제 완화, 사외이사제도 개선 등 자본시장 구조 혁신을 예고한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기업가치 재평가의 가능성을 인식시키며 매수세로 이어졌다.
실제 외국인은 최근 한 달간 유가증권 시장에서 3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시장의 주도 세력으로 복귀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인터넷 업종 전반에 걸쳐 패시브·액티브 자금 모두 유입되는 양상을 보였다. 기관 투자자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면서, 코스피 전반의 매수세를 지지했다.
글로벌 거시환경의 안정화도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하고,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신흥국 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이 부각됐다. 여기에 미국 나스닥과 유럽 주요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한국 증시 역시 동조화 흐름을 타게 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스피의 3,000선 돌파를 단기적인 반등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핵심 주력주의 이익 체력이 살아나고 있으며, 반도체 사이클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하반기 실적 반등과 정책 효과가 구체화될 경우 코스피 3,200~3,300선 안착,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4,000포인트 진입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대한 경계심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미국 금리 결정,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부 변수는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실적 모멘텀이 동반되지 않으면 차익 실현 매물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정책적 의지와 외국인 수급이 코스피 상승의 양대 축”이라며 “결국 주가 상승을 지속시키기 위해선 실질적인 기업 이익 개선과 신뢰할 수 있는 정책 이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코스피 3,000선 돌파는 단순한 기술적 수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한국 증시가 다시 한 번 글로벌 자본시장 중심지로 재부상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연 것이며, 향후 투자자 신뢰 회복과 시장 체질 개선이 어떻게 전개되느냐가 중장기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