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고성능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인프라에 대한 요구가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정부와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AI 반도체와 인프라 투자에 수십조 원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송배전 장비와 변압기, 차세대 전력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전력기기 전문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서버보다 약 2~3배 높은 전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특수 변압기와 스마트 스위치기어 같은 고부가 장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기술력과 납품 경험을 갖춘 한국 업체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은 북미 시장 수주 확대를 위해 현지 인증 획득 및 현장 맞춤형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 그리드 기반의 차세대 배전 시스템과 에너지 저장 장치(ESS) 통합 기술 등은 미국 에너지 고효율 정책과도 맞물려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 역시 전력기기 분야의 수출 확대 가능성을 인지하고 수출 지원 및 기술표준 수립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AI 투자 확대는 단순한 ICT 부문을 넘어 전력과 에너지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기술 고도화와 현지화를 통해 글로벌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