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다음 달 1일 상호 관세 부과를 앞두고 무역 협상 주도권을 강력히 과시하며 각국의 시장 개방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미국 측은 협상 타결 여부에 따라 15~20%의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각국의 신속한 합의를 종용하는 분위기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측 협상단이 자신과 협상을 위해 스코틀랜드까지 찾아온 사실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모든 카드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 D.C.와 뉴욕에 이어 스코틀랜드까지 자신을 찾아온 것을 두고 "그들이 얼마나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어 하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임박했음을 재차 부각하며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트닉 장관은 관세율 결정권이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통령이 운전대를 쥐고 있으며, 이미 굵직한 무역 합의를 이뤄냈고 이제 모든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며, "대통령이 어떤 관세율을 적용할지, 각국이 시장을 얼마나 개방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주 안에 모든 국가에 적용할 관세율이 정해질 것이며, "매우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여 전 세계 무역 지형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25%의 관세 부과를 통보받은 후 협상을 진행 중이며,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도 각각 29일과 30일 미국을 방문하여 막판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특히 구 부총리는 관세 부과 하루 전인 31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유럽연합(EU) 내부에서도 '트럼프표 관세'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영구적인 무역 정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분석 기사를 통해 미국과 EU 간 무역 합의 타결 과정에서 유럽 당국자들이 관세를 회피하기보다는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합의를 모색했다고 보도했다.

EU는 당초 미국의 관세 부과에 강하게 반발하며 보복 조치를 경고하기도 했으나, 수차례의 협상을 거치면서 점차 현실을 자각한 것으로 보인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하게 세계 무역 지형의 중대 변화를 고려한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EU에 50% 관세를 경고한 이후 유럽 내 분위기는 크게 바뀌었으며, EU 측은 미국산 에너지 구매 확대 및 특정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 인하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타결 전 EU 당국자들에게 EU 기업의 대미 투자 이행에 관해 "증명해 보라"고 요구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EU 당국자들은 이미 투자할 준비가 된 기업의 이름을 언급하며, 합의가 체결되면 투자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WSJ은 이번 합의가 "(유럽) 각국이 미국의 관세 체제를 일시적이라기보다는 영구적으로 보고 있다는 중대한 신호"라며, "최근 회담에서 EU 당국자들은 관세 제거를 협상하기보다 그 피해 억제를 모색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글로벌 무역 환경의 변화 속에서 각국이 미국의 무역 압박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