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0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현행 4.25∼4.50%로 다섯 번째 동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금리 인하 압박에도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로써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2.0%포인트를 유지하게 됐고, 다음 달 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연준은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발표하며 기준금리 동결을 밝혔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다섯 차례의 FOMC에서 모두 금리를 동결한 결과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고, 노동 시장은 강한 상태"라며 물가 안정 목표 달성을 위한 추가적인 긴축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지만 이번 FOMC에서는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동결 결정에 반대 의견을 냈다. 1993년 이후 2명의 연준 이사가 동시에 소수 의견을 낸 것은 32년 만에 처음이며, FOMC 위원 2명 이상이 소수 의견을 낸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이는 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이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번 연준의 결정으로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2.0%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이처럼 큰 금리 차이는 한국 경제에 여러 부담을 준다. 우선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진다.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이는 외환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에 근접하는 등 고환율 우려가 다시금 통화 정책의 핵심 고려 사항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국내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도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수도권 부동산 과열이 다소 진정되는 듯 보였지만, 일부 지역 아파트의 신고가 경신이 계속되는 등 정책 효과를 속단하기 어렵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작년 8월보다 빠르다"며 경계감을 표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다음 달 28일로 한 달 가까이 남아 통화정책 방향은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크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한국은행의 고민을 깊게 한다. 만약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반도체 등에 예상보다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출 둔화세가 가팔라지고, 이는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요구를 더욱 거세게 할 수 있다.
반대로 올해 여름 폭우와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려 통화 완화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하반기 본격적으로 집행되는 2차 추가경정예산이 올해 성장률을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2분기부터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모처럼 회복 조짐을 보인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다음 달 금리 결정과 함께 수정 경제 전망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