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기 진단과 극복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9월 말 미국 전기차 구매 세액 공제(30D)가 폐지되어 전기차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스웨덴, 프랑스의 사례를 볼 때 미국 역시 전기차 판매량 감소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보고서는 미국 감세법(OBBBA)이 중국 공급망을 배제하고, ESS(에너지저장장치)는 여전히 지원 대상에 포함되어 국내 배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ESS, 드론, 휴머노이드 등 차세대 분야에서 배터리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이차전지 소재 전해액 기업 엔켐은 ESS 등 신규 수요에 대응하며 북미 시장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엔켐은 2021년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조지아주에 전해액 공장을 설립했으며, 전해액의 짧은 유통기한(3~6개월)을 고려해 조지아와 켄터키 등 인근 배터리 공장에 안정적으로 납품하고 있다.
엔켐은 2024년 기준 북미 전해액 시장 점유율 50% 이상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조지아 공장의 15만 톤 생산 능력을 2026년까지 확대하고, 인디애나 공장을 신설하는 등 북미 시장 확장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또한, 전해액 제조 과정의 필수 요소인 NMP(N-메틸피롤리돈)를 정제하는 R-NMP 사업도 병행하며 주요 배터리사에 공급 중이다.
OBBBA로 인해 중국산 원재료 허용 비중이 단계적으로 축소되면서, 중국의 주요 전해액 기업인 틴츠(Tinci)와 캡켐(Capchem)의 미국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최근 ESS용 LFP 배터리 수주 계약에서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 CATL이 제외된 사례는 중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 감소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엔켐은 2024년 북미 빅3 고객사와의 거래로 미국 법인 매출이 2,230억 원으로 급증했다. 중국 배제 기조가 강화되며 엔켐의 시장 점유율 우위는 더욱 확고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내 배터리 기업들이 IRA 법안 개정에 따라 전기차 위주에서 ESS로 사업을 다변화하면서, 엔켐 역시 전기차용 외에 ESS용 배터리에 전해액을 공급하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엔켐 아메리카는 첨단 제조 세액 공제(AMPC) 혜택을 받고 있으며, 2025년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부채비율 약 80%, 영업이익률 11%대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엔켐 관계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생산 능력과 공급망을 강화하여 글로벌 고객사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전기차를 넘어 ESS 분야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기반으로 북미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