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TSMC가 중국 내 H20 GPU 수요 회복에 맞춰 생산을 확대하는 상황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은 독자적인 AI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해 중국 전용 AI 추론용 칩 H20 생산을 재개하고, TSMC에 대규모 신규 생산을 긴급 발주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중국 내 AI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동시에 미국과 중국 간의 복잡한 무역 외교와도 얽혀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에게 글로벌 AI 시장에서의 위치를 재정립하고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중요한 기회이자 과제를 던진다.
한국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에이전트 서비스로 빠르게 전환하는 상황에서 아직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외산 모델에 대한 의존은 데이터 주권 문제를 야기하고 서비스 수익이 해외 기업으로 유출될 수 있으므로, 국가 주도의 독자적인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 절실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민간과 함께 100조 원을 투자하여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2027년까지 글로벌 최상위 모델의 95% 이상 성능을 확보한 독자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셋, 인재 등 핵심 자원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이용자의 취향을 만족시키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요층을 늘리고, 궁극적으로 사용자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에이전트 AI'로 고도화해야 한다.
엔비디아가 H20 생산을 재개하며 보여주듯 AI 반도체는 AI 시대의 핵심 동력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강점을 AI 반도체 분야로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AI 반도체 설계 및 생산 기술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AI 모델 개발과 운영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와 충분한 전력 공급 인프라를 국가적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최고 수준의 AI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재 양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AI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미국과 중국의 AI 기술 패권 경쟁은 단순히 기술 문제를 넘어 무역 외교와 국가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H20 수출 재개에 대한 미국의 내부 반발은 AI 칩이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이러한 복잡한 국제 관계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다변화된 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안정적인 AI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AI 기술의 윤리적 사용과 안전한 개발에 대한 국제적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글로벌 AI 거버넌스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AI 기술 위상을 높이고,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