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시키고 있는 반면,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꾸준히 확장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최근 퓨리서치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25개국에서 미국의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10개 고소득 국가에서 미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크게 하락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역시 낮았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정책이 동맹국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중국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하위 소득 국가들에서는 중국의 투자가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았고, 일부 국가에서는 중국을 '최대 동맹국'으로 여기는 경향도 보였다. 경제적 영향력 측면에서는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라는 인식이 처음으로 미국을 앞선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이는 미국 중심의 경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하며, 세계 각국이 미중 사이에서 복잡한 셈법을 가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오랫동안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서 안보와 경제 협력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중 갈등 심화는 한국 경제에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철강 등에 영향을 미치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강화하며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투자와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 지표 악화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미국 경제 상황은 한국의 대미 수출 환경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통계 조작' 의혹 제기처럼 예측 불가능한 정책 변화는 한국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중국 경제의 성장세와 투자 유치 노력은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중 경쟁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닌 장기적인 추세로 자리 잡을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치밀하고 선제적인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